심판The Trial


좋은 아침입니다. 친애하는 구더기 각하
제가 확실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각하 앞에 서 있는 저 죄인은
정당한 과정으로 결과를 얻으려한 죄목으로
현장에서 붙잡힌 현행범입니다.
인생의 패배자이지요.
선생을 불러들여라!

저는 항상 저녀석이 언젠간 일을 저지를 것 같았습니다. 각하
만약 제게 기회가 주어졌다면 저 놈을 세뇌했을텐데
제가 각하 똥꼬 빠느라 바빠서 어쩔 수가 없었습죠
좌빨골수분자란 작자들이
저놈을 저런 인간쓰레기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오늘 손 좀 보게 해주십시오

난 미친 거야
뫼비우스 띠 처럼 난 미쳐버렸나 봐
모순 속에 갇혀 버렸어
그들이 내 유니콘의 뿔을 빼앗아 간 게 틀림없어
미쳤어요
뫼비우스 띠 처럼 난 미쳐버렸나 봐

이 빌어먹을 밉상 지금 거기 갇혀 있군
네가 영원히 낙오자가 되면 좋겠어
넌 법을 어겨서라도 날 먹여살려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어! 이제 네 갈 길을 가
최근엔 또 어떤 삽질을 하고 계시나?
구더기 각하, 딱 5분만 단둘이 있게 해주십시오

얘야~~~~~
엄마에게 오너라, 아가
안아줄 테니 이리 오렴
나리, 제 애가 저렇게 되길 원하지 않았어요
왜 세상을 어렵게 살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구더기 각하, 제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게 해주세요

미친거야
저기 아테나 여신상 아래서 난 미쳐버렸나 봐
지금 그녀의 손에는 칼만 들려져 있지만
지금껏 내가 살아올 수 있었던 걸 보면 반대편 손에는 분명
저울이 들려 있었을거야
미쳤어요
저기 아테나 여신상 아래서 난 미쳐버렸나 봐

이 법정에 드러난 증거는 논쟁의 여지는 있으나 그런건 아무 상관 없습니다
위법 여부는 고려할 필요가 없구나
내 평생 너처럼 무죄 인데도 유죄 판결을 주고 싶은 사람은 처음이구나
사람들에게 불순한 사상을 주입시킨 점
너의 아내와 어머니가
나의 불순물을 분출하게끔 만드는구나
자넨 이미 가슴속 깊은 헛된 이상을 드러낸 바가 있으니
너에게 형을 선고하나니 구더기 세상 속에서 벌거벗고 내동댕이쳐져
너의 바램이 헛된 것이었음을 뼈져리게 느껴보아라

저 벽을 무너뜨려라!
저 벽을 무너뜨려라!
저 벽을 무너뜨려라!
저 벽을 무너뜨려라!
저 벽을 무너뜨려라!
저 벽을 무너뜨려라!


<핑크플로이드 더 월>의 DVD에 첨부되어 있는 'The Trial'의 가사 번역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모순으로 가득 찬 현실 속에서 우리 역시 저런 심판대 위에 올라갈 날이 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by 지기 | 2009/10/30 10:23 | - 짧은 레코드 감상실 | 트랙백 | 덧글(10)

그냥 떠오른 지나간 시절에 대한 이야기, 혹은 질문

재개발로 사라져버린 어린시절 추억의 놀이터의 흙은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구슬들과 딱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래밭에서 잃어버린 장난감 조각도 흙을 껴안고 같이 떠났을까?

중학교 의자 밑에 붙여놓은 코딱지는 아직도 남아있을까? 

코 밖으로 산책나온 코딱지가 자연증발 되는데 걸리는 세월은 어느 정도 일까?

절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쌓아 놓은 돌 탑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을까?

많고 많았던 레코드 가게 사장님들은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계실까?

망해버린 레코드 가게들의 재고 씨디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내가 보냈던 연애편지는 아직도 하나의 종이조각으로 남아 보관되어 있을까?

아니면 조각난 또는 찥겨진 종이가 되어 다시 새로운 하나의 종이로 재생되었을까?

더 월 국내 극장 첫 개봉때 내 뒤에 있던 외국인 아저씨는 핑크 플로이드 박스셋을 샀을까?

군대 제대 즈음에 후임자를 위해 만들었던 업무 지침서를 누군가가 아직도 계속 사용하고 있을까?

셰익스피어 컴퍼니에 낸 유로화는 여전히 프랑스 국경을 넘어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났을까?

도심속 건물에 반사된 햇살에 번쩍번쩍 빛나던 은갈치 양복무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유행은 한순간 반짝하고 일찌감치 사라지지만, 진정성은 조금씩 서서히 세상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일까?

애정없는 회사를 그냥 다니고 있는 나 역시 그와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순간의 기억들은 왜 사람을 애잔하게 만들까?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순간의 기억들은 왜 계속해서 머리 속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걸까?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이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어차피 사라져 버릴 것들은 무엇을 예비하고 있는 것일까?


by 지기 | 2009/10/29 16:33 | #2 정원 : 맘껏 뛰노는 정원 | 트랙백 | 덧글(11)

서적 : The Beatles - Love Me Do

지난 9월9일의 비틀즈 리마스터링 발매에 발맞추어 또 하나의 비틀즈 관련 서적인 <Love Me Do>가 국내에 번역출간 되었다. (벌써 너무 오래 전 얘기?) 재미있게도 비틀즈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구성한 작품인데, 또하나 특이할 만한 사항은 한 명의 만화작가에 의해 그려진 작품이 아니라 무려 25명이나 되는 작가들이 각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맡았다는 점이다. 에피소드 마다 작가들의 개성들이 드러나고 있고, 때로는 작가의 화풍이 에피소드의 내용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져서 보는 즐거움이 더 하다.

다만 각 에피소드 앞에는 담긴 텍스트로 된 비틀즈 이야기는 이미 많은 서적, 잡지, 웹 매체 또는 각종 인용을 통해 너무 널리 알려진 사실들이라 비틀마니아들에게는 무척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만화 부분도 에피소드의 분량이 상당이 짧고(4~8페이지 정도) 만화적 재미의 측면 보다는 사실의 서술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두꺼운 관련서적 대신해서 가볍고 간편하게 비틀즈를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책이다. 비틀즈 역사에 있어서 중요하고 사건들을 잘 집어놓고 있고, 텍스트 부분은 각별히 인상적이진 않지만 위트있는 문체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졌고, 비틀즈 역사의 각 장면에 당시의 시대상을 적절히 인용해서 지금 세대가 비틀즈의 역사를 읽어나가는데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헌터 데이비스의 비틀즈 전기의 두께가 부담스러운 사람, 짧은 시간 동안 비틀즈의 족적을 요약해서 알고 싶은 사람, 만화로 그려진 비틀즈의 모습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책에 담긴 다양한 그림들에 대한 예시로써 참고사진을 몇 점 올려본다.

by 지기 | 2009/10/29 01:55 | #6 방 : 서재 | 트랙백 | 덧글(8)

[렛츠리뷰] Whitney Houstion - I Look To You

무척이나 궁금했던 컴백작이었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다. 영광스러웠던 시절의 목소리를 기대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앨범의 첫인상에 큰 당혹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예전과 같은 깊은 울림은 그녀의 목소리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노래한다. 청자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 맛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목소리엔 여전히 노래를 장악하는 힘이 있고, 무엇보다 오랜 비탄의 세월을 헤치고 나온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목소리가 둔탁한 느낌이지만, 지금 성량에 맞춰 무리하지 않고 노래하다 보니 어색하지 않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본다면 (오랜 암흑의 세월을 거쳐온) 그녀의 재기작은 찬사 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한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녀는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자신의 과거와 스스로 맞붙는 셈이기에 애시당초 공평한 게임이 아니다. 그녀를 위해 제공된 곡들도 완성도가 상당히 괜찮다.

하지만, 이 앨범은 휘트니 휴스턴의 앨범이란 이유로 당연히 그녀의 이전 경력과 비교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또한 만약 휘트니 휴스턴이 아닌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이라고 해도, 유별나게 귀를 잡아끄는 앨범도 아니다.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차트상의 선전은 그녀의 네임벨류와 무난하게 귀에 들어오는 음악이 만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겠지만, 이런 성격의 앨범들은 그 순간적인 반짝임 만큼 쉽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지기 마련이다. 이 앨범이 그녀의 팬들의 씨디 플레이어에서 재생되는 횟수는 결코 이전 작들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이 앨범은 어찌보면 우리에게 보다는 휘트니 자신에게 있어서 의미있는 음반이고, 앞으로 그녀의 새로운 발돋움을 준비할 기력을 실어주는 음반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녀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노래를 통해 일반 청자와는 또 다른 기분을 느끼겠지만...


by 지기 | 2009/10/27 17:26 | - 긴 레코드 감상실 | 트랙백 | 덧글(8)

단풍, 율동공원

단풍도 이제 거의 끝물인 듯 하다.
올해도 단풍사진 못찍고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막바지에 조금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분당 율동공원

단풍 반영

얘가 색깔이 잴 이뻤다.

단풍 산책길

단풍빛깔 그라데이션


CONTAX T3 + Portra 160VC

by 지기 | 2009/10/27 01:34 | #5 방 : 어둠상자방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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