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 Lizzy - Live and Dangerous

정말 오랜만에 씬 리지Thin Lizzy의 라이브 앨범을 꺼내 들었다. 음악을 듣고 보니 씬 리지를 처음 만났던 순간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 하다. 씬 리지의 음악을 처음으로 듣게된 계기는 상당히 단순했다. 고등학교 시절 즐겨보던 핫뮤직을 통해 이들의 이름 석자를 또렸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음반을 접할 기회는 잘 찾아오지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날 옆집에서 집안 정리 한답시고 LP 수십여장을 쓰레기로 복도에 내놓았었다. 어떤 음반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마이클 볼튼의 앨범이 있었던 것은 확실히 기억나고 그외에도 대부분 팝음악 LP였다. 혹시 집에 주워 갈 껀덕지가 없나해도 음반들을 들추다 보니 발견한게 AC/DC의 <Back In Black>과 <Dirty Deeds Done Dirt Cheap> 앨범 수록곡을 짬뽕해서 만든 AC/DC 편집앨범 한 장(아마 금지곡을 제외하고 합본해서 발매한 듯 한데 이 편집본 제목이 <Rock And Roll Ain't Noise Pollution>이다. 로큰롤은 공해가 아닌데 왜 그 시절엔 자꾸 짜르셨나요?)과 레드 제플린의 <Presence> 앨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씬 리지의 라이브 앨범 <Live/Life> 였다.

사실 주워 온 <Live/Life> 앨범도 온전한 상태의 음반은 아니었다. 원래 더블앨범 구성인 이 앨범을 라이센스하면서 친절하게 한 장의 앨범으로 압축해 준 것이다. 커버 뒤의 전영혁씨의 해설글을 읽다보면 이런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본 앨범은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한장(Side 3, 4)으로 축소 발행된 점이 다소 아쉽긴 하나...후략" 설마 진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렇게 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고, 국내 음반시장의 사정상 어쩔수 없었으리라 믿는다. 근데 '다소' 아쉽다는 멘트는 지금 볼 땐 '다소' 우스워 보이는게 사실이다.^^;;

내 방에는 턴테이블이 없었던 지라 부모님이 집에 없는 시간대에 거실에서 씬 리지의 앨범을 처음 재생해 보았다. 기타 사운드도 멋졌지만 내 귀를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보컬 필 리뇻Phil Lynott의 이질적인 목소리였다. 그때까지 들었던 하드록 밴드의 보컬들은 대부분 날카로운 고음이었던 반면, 필 리뇻의 목소리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것이었다. 하드락 보컬하면 떠오르는 공격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슬픔 머금은 애수가 느껴지는 중저음의 허스키 보컬이었다.

아무래도 방에서는 LP를 재생할 수 없다보니, 씬 리지의 음악을 좀 더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음반을 구입해야 했다. 헌데 <Live/Life> 앨범은 더블 앨범이라 가격이 비싸서 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그랬던 걸 생각해 보면 저 위해서 축소 발행본 해설글 비웃었던 것 취소해야겠다. 당시의 나는 진짜로 2CD가 부담스러웠다. 아무튼 간에 그래서 대안으로 집어든 앨범이 그들의 또다른 걸작 라이브 앨범 <Live And Dangerous> 였다. 이 앨범도 원래 더블앨범 구성이지만 CD로는 한장에 다 들어가는 분량이라 1CD로 나와 있었다. 글을 쓰다보니 또 하나 생각나는게 있다. 고등학교 당시엔 처음 듣는 뮤지션의 앨범을 살 때 라이브 앨범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번에 뮤지션의 여러 히트곡을 들어보고 싶었던 것이 첫째 이유이고, 정규앨범이 아닌 편집앨범은 구매는 꺼렸던 것이 둘째 이유이다. 이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선택이 바로 라이브 앨범이었다.

각설하고 이 음반을 통해 드디어 본격적으로 씬 리지의 음악을 듣게 되었고 그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아일랜드 특유의 애수어린 정서가 강렬한 하드락 사운드 속에서 풍겨나오는게 정말 좋았다. 그리고 필 리뇻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그를 단숨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락보컬리스트 중 하나로 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필 리뇻의 카리스마도 강렬하지만 씬 리지 하면 기타리스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씬 리지와 함께 했던 기타리스트들의 명단은 화려함 그 자체이다. 게리 무어Gary Moore를 비롯하여 브라이언 로버트슨Brian Robertson, 로저 워터스의 백업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스노위 화이트Snowy White, 그리고 섬광기타의 존 사이크스John Sykes 까지. 이토록 화려한 기타리스트를 배출한 밴드이지만 그들의 기타 사운드가 유달리 빛났던 것은 기타리스트 개인의 노련한 연주였다기 보다는 찰지고 꽉 짜인 사운드의 트윈기타 시스템 덕분(록음악에 트윈기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씬 리지가 최초였다.)이었고, 그에 대한 최고의 공로는 뚝심있게 자리를 지킨 스콧 고햄Scott Gorham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Live And Dangerous>에서는 밴드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동안 콤비를 지낸 뚝심 멤버 스콧 고햄과 18세라는 어린 나이로 밴드에 들어왔었던 브라이언 로버트슨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말로 멋진 연주다. 가장 좋아하는 연주는 씬 리지의 주제가와도 같은 'The Boys Are Back In Town'인데 이 곡의 트윈기타 하모니는 너무 쫄깃쫄깃해서 마치 귀로 마이쮸 씹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또한 이 앨범은 록앨범 라이브 명반선 자리엔 언제고 빠지는 법 없이 등장하는 단골손님과 같은 앨범이다. 안에 담긴 연주도 환상적이지만, 시대에 걸맞지 않는 완벽한 녹음 수준을 보여준 음반이기도 하다. 최고의 연주와 최고의 녹음이 만난 최고의 라이브 앨범 중 하나이다. 

요즘은 하드락, 헤비메럴 음반은 잘 즐겨듣지 않지만 이렇게 가끔 꺼내들으면 역시 강렬한 음악만이 줄 수 있는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씬 리지와 처음 만나게 된 계기가 된 건<Live/Life> 앨범이지만 나는 여전히 그 앨범을 여전히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축소판 LP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_-; 다음 번에는 반드시 그 앨범을 주문해야겠다. 10년만에 이루어지는 재회의 순간이 되리라.


Thin Lizzy - Still In Love With You (from Live and Danger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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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기 | 2009/11/03 01:40 | - 긴 레코드 감상실 | 트랙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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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Gimme a brea.. at 2009/11/03 05:53

제목 : Thin Lizzy: Live and Dangero..
일전에 focus님 블로그에서 Thin Lizzy의 1983년 라이브 앨범 Life/Live 글을 읽다가 전성기 걸작 라이브 앨범인 1978년작 Live and Dangerous가 DVD 버전으로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고 상당히 흥분했던 적이 있는데요.. 아마존을 좀 뒤져보니 안타깝게도 미국에 정품으로 발매가 되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랬는데.. 얼마 전에 (아마도 땡스기빙 및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서) 소리 소문 없이 정식으로 발......more

Commented by 피노 at 2009/11/03 01:58
저는 씬 리지의 곡 중 사라(Sarah)라는 곡을 좋아해요. 필 리뇻이 그녀의 딸을 모티프로 해서 만든 곡이라고 하더군요. 참 좋아요~

Commented by 지기 at 2009/11/05 08:56
딸에게 이런 노래를 남겼던 그가 약물과용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 다가와요. 사라는 잘 자라났을런지. 지금의 사라가 이 노래를 들으면서 즐거운 추억을 생각할지, 아니면 원망스런 마음을 가질지...이래저래 필 리뇻이 일찍 가버린게 아쉬워져요.
Commented by 젊은미소 at 2009/11/03 05:46
크, 한장 짜리로 나왔던 Thin Lizzy의 Life/Live 라이선스 판. 요즘 말로 하면 '이게 뭥미?' 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했던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얼마 후에 빽판으로 두 장을 다 들을 수 있었고 그후 몇 년 동안을 원판 LP를 찾아 다녔는데 결국 못 구하고 나중에 CD로 나왔을 때에야 한(?)을 풀 수 있었죠. ^^;;

각설하고 이 Live and Dangerous 앨범 정말 좋지요? 비록 스튜디오 더빙을 많이 했다는 오점(?)이 있긴 하지만 워낙 곡들이 주옥같은 명곡들이고 밴드가 한창 전성기를 누릴 때를 캡쳐했다는 점에서 손 꼽히는 걸작 앨범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라이프/라이브는 어딘지 좀 지친듯한 느낌을 주지요. 녹음이 좀 답답해서 그런 탓도 있을 테고 필 리뇻의 목소리가 전성기만 못하다는 탓도 있을테고.. 개인적으로는 존 사이크스의 마초 메탈 스타일이 씬 리지에 그렇게 어울렸던 것 같지는 않다고 느끼는 탓도 있을 것 같네요.

제 씬 리지 페이보리트는 제일브레이크 앨범 수록곡 Cowboy Song인데요.. 후반후의 씬 리지 특유의 호쾌한 트윈 기타 멜로디가 정말 멋집니다. ^^)d

(웬 덧글이 이리 기냐..)
Commented by 지기 at 2009/11/05 09:04
아아... 그 한 장 짜리 라이센스 앨범을 실시간으로 구매하셨군요. 저번에 다이어 스트레이츠글에 덧글 남겨주실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뭐랄까 세월의 간격을 넘어 저도 젊은미소님과 같은 앨범을 손에 넣고 감동받고 그랬다는 사실이 되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런 덧글 너무 좋아요~)

스튜디오에서 손질 많이 했다고 해도 뭐 듣기 좋으니 장땡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인위적이라곤 해도 원본이 되는 공연자체가 좋지 않았으면 이런 멋진 라이브 앨범이 탄생할 수 없었을꺼라 생각해요. Life/Live가 사운드는 좀 딸리지만 대신 기타리스트들 총 출동하는 그런 감동적인 순간을 담고 있으니 역시 좋은 라이브 앨범인거 같아요. 썬더 앤 라이트닝은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답니다. 이 포스팅을 하고나서 갑자기 씬 리지의 못들어본 앨범들을 빨리 손에 넣어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오랫동안 씨디장에 묵혀둔 다른 하드락 앨범들도 꺼내듣고 싶고 그러네요~
Commented by 젊은미소 at 2009/11/05 10:05
Thin Lizzy의 정석이라 하면 Live and Dangerous --> Jailbreak --> Black Rose --> Thunder and Lightning --> Life/Live 정도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모르긴 해도 많은 팬들이 공감하리라 봅니다. ^^ 순서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죠. 대략 이 정도가 잇센셜한 앨범들이고 그 밖에는 Bad Reputation이나 Fighting 정도를 추가할 수 있겠습니다.
Commented by basher at 2009/11/03 09:43
한장 짜리 Life/Live가 이리도 반갑게 느껴지는 걸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군요

저같은 경우는 시디 업글은 Live/Life만 했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지기 at 2009/11/05 09:26
저만해도 10년이 흐른건데, 저 앨범을 발매당시 맞이했던 분들은 정말 더 반가우실 것 같아요. 저는 요 다음번에 씨디 살때 Live/Life를 꼭 겟 해야겠습니닷.
Commented by Run192Km at 2009/11/03 09:44
아 이 밴드는 Please don' t leave me 밖에 몰랐어요. ㅎㅎ
라이브랑 다른 밴드가 커버한거 찾아듣고 그랬었는데

언제봐도 저 커버는 ㅈㄴ 짱인 것 같아요
Commented by 지기 at 2009/11/05 09:27
블루 머더 앨범도 꺼내들을라고 했는데, 요 근래에 시간이 자꾸 없었넹. 어제 밤에 들을려고 씨디 꺼내 책상에 놔뒀는데 그냥 쓰러져서 자버렸당~ 오늘 들어야지~~
Commented by 류사부 at 2009/11/03 10:13
전 요즘에 딥퍼플이랑 게리무어 듣고 있습니다..
게리무어도 씬리지에서 나왔죠. 존사이크스도..
존사이크스의 블루머더랑 화이트스네이크 1987 간만에 또 들어줘야겠네요.

그리고 딥퍼플 음악 간만에 들으니깐 너무 신나서..
CD몇장 위시리스트에 추가 되었음-_- 몇주년 몇주년 기념반들..
Commented by 지기 at 2009/11/05 09:28
저번에 도어즈에서 게리무어 곡 듣고 이 아저씨 음악에도 다시 삘받았음~ 난 씬리지꺼 위시리스트에 막막 추가~ 오늘 집에가서 블루머더 들어야지~ 1987은 그래도 종종 자주 꺼내 듣는다능! 사도 사도 끝이 없는 이 놈의 씨디들...
Commented by 치니 at 2009/11/03 11:48
이런 지기님이 어렸을 때 밴드 활동 안했을 리 없는데, 언제 발표해주시죠? ^-^
Commented by 지기 at 2009/11/05 09:29
저는 진짜~ 밴드활동 안했어요. 듣는건 좋아하지만 연주하는데는 진~짜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엄마가 음악을 아주 좋아하시는데 노래도 참 못부르시고, 리듬감도 없으셔서 음악에 소질이 없으신데 그걸 그대로 물려받았어요 -_-;; 좋아하는 것만 닮았지요 ㅎㅎ 그래서 그런지 H군이 더 멋져보인답니다.
Commented by 양고기 at 2009/11/03 23:36
씬리지 곡도 전에 몇곡 들어봤는데 머리속에 남은 곡은 없네요;;; ㅋ
Commented by 지기 at 2009/11/05 09:31
머리에 안들어온 곡들도 세월이 지나서 확 꽂히게 되는 경우도 많지요^^ 비틀즈만 해도 전 중학교때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곡들 빼고 후기작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답니다.
Commented by 막장버러지 at 2009/11/04 12:41
저도 Life/Live 앨범을 한 장짜리 라이센스 LP로 듣다가 2000년도 넘어서야 2장짜리 CD를 장만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더 정감가는 앨범이기도 하고요......내용물도 만족스럽고.....저 개인적으로 Thin Lizzy의 앨범중에서 정도 이하로 만족못했던 앨범은 없습니다만....
Commented by 지기 at 2009/11/05 09:36
한장 짜리 라이센스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 많으시네요. 괜히 막 더 반갑고 그렇습니다. 전 한장 짜리 듣고 바로 씨디로 사고싶었는데, 학생시절에 돈은 없고 사고픈 음반은 많고 그러다보니 2CD는 아무래도 좀 많이 부담이 됬습니다. 자꾸 미루다 보니 취향이 하드락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그렇게 흘러흘러 아직도 없네요^^ 이번 기회에 꼭 장만 하렵니다. Thin Lizzy의 앨범들을 아주 많이 들어본 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홀대 받고 있는 음반 내용은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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