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떠오른 지나간 시절에 대한 이야기, 혹은 질문 by 지기

재개발로 사라져버린 어린시절 추억의 놀이터의 흙은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구슬들과 딱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래밭에서 잃어버린 장난감 조각도 흙을 껴안고 같이 떠났을까?

중학교 의자 밑에 붙여놓은 코딱지는 아직도 남아있을까? 

코 밖으로 산책나온 코딱지가 자연증발 되는데 걸리는 세월은 어느 정도 일까?

절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쌓아 놓은 돌 탑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을까?

많고 많았던 레코드 가게 사장님들은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계실까?

망해버린 레코드 가게들의 재고 씨디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내가 보냈던 연애편지는 아직도 하나의 종이조각으로 남아 보관되어 있을까?

아니면 조각난 또는 찥겨진 종이가 되어 다시 새로운 하나의 종이로 재생되었을까?

더 월 국내 극장 첫 개봉때 내 뒤에 있던 외국인 아저씨는 핑크 플로이드 박스셋을 샀을까?

군대 제대 즈음에 후임자를 위해 만들었던 업무 지침서를 누군가가 아직도 계속 사용하고 있을까?

셰익스피어 컴퍼니에 낸 유로화는 여전히 프랑스 국경을 넘어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났을까?

도심속 건물에 반사된 햇살에 번쩍번쩍 빛나던 은갈치 양복무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유행은 한순간 반짝하고 일찌감치 사라지지만, 진정성은 조금씩 서서히 세상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일까?

애정없는 회사를 그냥 다니고 있는 나 역시 그와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순간의 기억들은 왜 사람을 애잔하게 만들까?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순간의 기억들은 왜 계속해서 머리 속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걸까?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이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어차피 사라져 버릴 것들은 무엇을 예비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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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10/29 18:48 # 삭제 답글

    나도 농땡이 피던 차에 ...나 역시 궁금한 몇몇이 있군.
  • 지기 2009/10/30 10:33 #

    궁금해도 대답해 줄 순 없습니다...
  • ninano 2009/10/29 22:08 # 삭제 답글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순간의 기억들은 왜 사람을 애잔하게 만들까?


    너 이거 때문에 이 포스팅 한거지? 그지?
  • 지기 2009/10/30 10:34 #

    대체로 그렇지요~ 아침에 지하철에서 책 한 권 보다가 그 책때문에 막 잡생각들이 들었어요.
  • 짜짜라 2009/10/29 22:45 # 답글

    내가 거의 매일 싸고 있는 똥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 똥이 돌고 돌아 내 입으로 다시 들어오지는 않았을까?
  • 류사부 2009/10/30 10:18 # 삭제

    야 진짜 넌 똥 얘기좀 그만 해 임마
  • 지기 2009/10/30 10:34 #

    내가 거의 매일 싸고 있는 똥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 똥이 돌고 돌아 짜짜라의 입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까?
  • 국화 2009/10/29 23:15 # 답글

    어릴때 키우던 강아지 냄새랑 묻어주던 참새 시체도 ...
  • 지기 2009/10/30 10:35 #

    멍멍이 안고 냄새 맡고 싶다. 불쌍한 참새...
  • 딸뿡 2009/11/03 19:42 # 삭제 답글

    인생무상이 주제로구나. 이런 농땡이는 너무 사색적이잖아 :p
  • 지기 2009/11/05 09:42 #

    회사에 있으니까 오히려 이런 생각들이 더 많이 들더라구. 정말 좋아하는 일도 아닌데 계속 그 일에 끌려들어가고 있는게 좀 서글퍼 졌달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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