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Pop... 나의 첫번째 음악영웅을 떠나 보내며...

마이클 잭슨. 향년 50세. 너무 허무하게 세상을 졌다. 그의 뒤안길을 보며 인간사의 허망함, 아니 엔터테이너로서의 살아가는 자로서 안고 살아야했던 고독한 삶을 생각하게 된다. 감히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절대적인 엔터테이너의 권좌에 올라갔지만,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쉽게 내버려지는 엔터테이너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삶. 얼마나 고독하고 허탈했을까.

지금은 그에 대한 설레임과 경외심을 거의 잃어버렸지만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그가 나의 삶에 주었던 보석같은 음악 선물들에 대한 추억을 되집어 생각해 본다.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것 중학교 1학년 때였다. <Dangerous> 앨범이 발매된 것이 1991년의 일이었고, 나의 중학교 1학년 시절은 1994년이었다. 당시 학급에서는 <Dangerous>앨범은 효력은 그 때까지 큰 뚝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Heal the world', 'Black or white', 'Will you be there' 같은 곡들의 인기는 학급 내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나를 마이클 잭슨의 음악 세계로 인도한 것은 같은 반 급우였던 K군의 영향이 엄청나게 컸다. 이 친구는 엄청난 잭슨 매니아였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음악적인 소질이 다분했고, 춤도 기똥차게 잘 췄다.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나 스무스한 춤동작을 완벽하게 카피할 수 있었다. 이 친구가 학교 축제나 장기자랑에서 선보이는 잭슨 춤은 학교 전체에서 유일무이한 K군 만의 전매특허였다. 당시 팝 음악에 서서히 관심을 가져가던 내게 K군이 빌려준 마이클 잭슨의 음반의 영향은 엄청난 것이었다. 나 역시 급속도로 황제의 음악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그 친구에게 잭슨의 뮤직비디오가 담긴 테이프를 빌려 왔는데 거실에서 대낮에 뮤직비디오를 보기에는 좀 민망하여 부모님들이 모두 잠든 밤에 거실에서 조용하게 나만의 감상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난다. 아무튼 K군으로 인해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음악적 우상 내지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라는 존재가 자리잡게 되었다. 잭슨형은 영원히 변치 않을 나의 첫번째 음악 영웅이었다.

쥐꼬리만한 용돈을 모아 하나씩 하나씩 산 잭슨의 테이프를 얼마나 애지중기 아꼈었던지. 당시에 나의 잭슨 사랑은 교과서의 낙서들이나 미술시간에 만든 작품들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연습장엔 잭슨의 사진을 보고 따라 그린 낙서, 어설프게 그린 MJ Production의 로고, 잭슨의 노래 제목과 가사들로 넘쳐났다.

위의 사진은 아주 오래전 이글루스에 블로그를 막 개설하고 얼마 되지 않아 썼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던 작품(?)이다. 중학시절 미술시간에 만든 것으로 유리판 뒷면에 유성물감 비슷한 것으로 그림과 글자를 그리고 이를 뒤집어 조약한 플라스틱 액자에 넣은 것인데, 전면에 이미지가 제대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뒷면 작업시에 그림 및 글자를 거꾸로 그릴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만들다가 글자 하나를 실수로 잘못 쓰고 말았는데, 이에 대한 라이너 노트는 참으로 친절하게도 액자 주변에 적혀 있다. 뭐라고 써있는고 하니, [BUG&ERROR : JACKSON의 'C'가 '⊃'로 쓰여졌음 → 예술적으로 인정해 주길 바람 → 11.27일자로 JACKSON의 '⊃'는 'C'로 복구되었다.] (이게 뭐야...ㅠㅠ) 아무튼 저 때는 저렇게 유치하게 살았다. 중, 고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만든 그림 내지 물건들은 저것을 빼곤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러고 보면 나의 첫번째 영웅과 관련된 물건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은연중에 영향을 미친 것 덕분에 저 물건이 남아있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이후로 나의 음악스승 K군을 매개로 또다른 음악친구 J군과도 친해지게 되었다. K군과는 중학교 졸업 이후로 연락이 두절되어 버렸지만, 지금 호주에서 먹고 살 길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J군은 여전히 소중한 친구로 남아 있다. J군과도 잭슨의 음악을 함께 즐겨들으며 친해지게 되었지만 우리 둘 모두 본 조비 그리고 뒤이어 헬로윈 이라는 새로운 형님들을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잭슨의 음악과는 멀어져 갔다.

중학교 시절 중반 이후로는 메틀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는데, 철없는 메틀키드들이 가지기 쉬운, '말랑말랑한 팝들은 다 쓰레기다'라는 치졸한 생각이 당시 나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한 생각이지만 그때는 메틀을 듣는 사람으로서 과거에 마이클 잭슨에 심취했었다는 사실이 상당히 치욕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던 것 같다. 허허. 아무튼 그렇게 꽉막히고 극단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아무튼 철없던 시절은 지나고 세월은 흘러 2001년, 그 동안 잊고 지내던 잭슨의 음악을 <History>이후 6년만의 새 앨범 <Invincible>의 발매 및 기존 음반들의 리마스터링 리이슈를 통해서 다시금 만나게 되었다. 리이슈를 계기로 테이프로 가지고 있던 작품들을 모두 씨디로 업그레이드 했고, 잭슨의 음악을 단순한 빠심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바라보며 감탄하고 감동받을 수 있었다. 기존의 앨범들이야 말 할 것도 없고, <Invincible> 앨범 역시 상당히 괜찮은 음반이었다. 전성기 시절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마이클 잭슨은 여기서 그냥 주저앉아 버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음반이었다. 그 때는 <Invincible>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줄 어찌 상상이나 했으랴.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잭슨의 음반도 <Thriller>와 <Bad> 이다. <Thriller>의 엄청난 위대함에 대해서는 굳이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딱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앨범' 이다. 어떠한 소리도 부족하거나 남용됨 없이 적재적소에 자기 자리를 잡고 있다. <Bad>는 중학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앨범이었다. 이 시기의 잭슨의 의상과 퍼포먼스를 가장 좋아했다. 특히 듣는 사람의 가슴을 헐떡거리게 만들고, 이빨을 딱딱 거리게 만드는 'Smooth Criminal'의 아드레날린 함유만땅 비트와 이 곡 하면 바로 연상되는 중절모와 흰 수트 복장에 참 열광했었더랬다.

참 희한하게도 마이클 잭슨의 손을 직접 핸드프린팅해서 만든 손 모형이 있는 후쿠오카의 야후돔에 다녀왔던 것이 지난 주말의 일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며칠만에 이런 소식을 듣게 될 줄은 절대로 상상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짜 손이라도 한 번 더 꽉 쥐어주고 오는 건데... 영원히 소년으로 남고 싶었던 어른아이. 이제는 영원한 네버랜드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겠지.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나의 첫번째 음악 영웅을 이렇게 떠나보낸다. 왠지 모르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편히 쉬소서. KING OF POP...


마지막으로 가장 사랑하는 잭슨의 음악 Top 10을 뽑아본다.

1. Beat it
2. Smooth criminal
3. Billie jean
4. Man in the mirror
5. Just good friend
6. Black or white
7. Wanna be startin' somethin'
8. Someone in the dark
9. Rock with you
10. Remember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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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기 | 2009/06/27 18:42 | - 음악가 응접실 | 트랙백(2)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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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OUNDZ ...be.. at 2009/06/3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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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국화 at 2009/06/27 20:35
저에게도 첫번째 영웅인 마이클잭슨, 오늘 하루종일 Thriller앨범을 듣는데 예전처럼 신나지 않았어요 .
천재를 두고 시샘을 내는 주의의 찬바람에 마이클잭슨이 더 외로워보여요 . 편히쉬기를,그저 편히쉬기를..
Commented by 지기 at 2009/06/29 20:24
한 번 꼬투리 잡혀서 영원한 놀림감으로 전락해 버린 잭슨형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더 안타까운 것 같아. 사람들은 너무 잔인한거 같어. 이제는 영원히 소년으로 남을 수 있는 곳에서 편히 쉬겠지. 참 고마운 사람이었어. 형아는...
Commented by 음반수집가 at 2009/06/28 00:02
무지 사랑하셨군요.
좋은 포스팅 입니다.
Commented by 지기 at 2009/06/29 20:26
제 첫사랑과 같은 아티스트입니다. 그런 사람이 떠나가다니 정말 나이를 먹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앞으로 언젠간 우리 곁을 떠나게될 다른 뮤지션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지는 것 같네요.
Commented by ENTClic at 2009/06/28 10:34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군요^^
큰 별 하나가 사리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다시는 보지 못하겠지만 그의 음악은 영원히 남겠지요.
저도 모처럼 잭슨 음반을 다시 듣다보니 정말 팝의 황제는 확실한 듯...
Commented by 지기 at 2009/06/29 20:29
정말로 큰 별이 하나 졌습니다. 저도 주말에 잭슨의 음반들을 내내 들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마이클 잭슨과 같은 파급력을 지닌 아티스트는 영원히 등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디 평온하길 바랄 뿐입니다.
Commented by new**** at 2009/06/28 23:57
이분이야 말로 '우리세대'의 아이콘 이셨는데
요즘은 누가 돌아가신 던, 다 의구심이 드는구나 ㅠㅠ
Commented by 지기 at 2009/06/29 20:30
요즘은 왜 이렇게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 걸까요. 정말 믿기지 않는 일들이 자꾸 일어나다 보니 현실감을 상실해 버리겠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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