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숭례문!

오늘은 충격과 경악 속에 아침을 맞이했다. 숭례문 화재 소식을 들은 건 어제밤 9시경이었다. 뉴스에서는 미약한 화재로 조기 진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었다. 보도 화면으로 본 화재의 모습도 그리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침신문 1면은 커다란 고딕체로 '숭례문 완전전소'라는 참담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회사가 서울역 근처라서 평소보다 일찍나가 숭례문의 참상을 두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근 전철길안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바 없었고, 그 현장을 두 눈으로 보기 전 까지는 나 역시 이번 화재사건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리고 서울역 4번 출구를 통해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 나는 혼자서 '빌어먹을'이란 말을 연신 되내일 수 밖에 없었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숭례문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설 때 마다 충격과 놀라움은 커져만 갔다.

마치 나 자신이 테러라도 당한 느낌이랄까?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9/11 때 미국민들이 느꼈을 기분을 손톱만큼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래, 이번 화재는 명백히 테러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손실은 있었을지언정 인명손실은 없었지만,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많은 사람들의 정신이 상처받았다. 그 상처가 무척이나 깊고 쓰라리다.

불타버린 숭례문의 흔적을 몇 장 찍었다. 기분이 영 꺼림칙 하다. 고인이 가는 길엔 고인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사진을 걸어주는 것이 예의이거늘, 나는 숭례문의 가장 처참한 모습을 포스트에 담고 있다. 다시는 이런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 숭례문이 받은 무고한 상처는 이제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지나간 잘잘못을 따지고, 서로 험담하느라 힘빼지 말고 앞으로나 잘하자.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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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kk | 2008/02/11 21:57 | #2 정원 : 맘껏 뛰노는 정원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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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ultrafunk at 2008/02/11 22:24
어젯밤 버스타고 그 옆을 지나가는데 연기만 자욱해보여서 완전전소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
Commented by 류사부 at 2008/02/12 09:50
숭례문이 잿더미가 되어도, 저의 월급은 변함없고.. 출근시간도, 퇴근시간도, 아니면 제 주변에서 변화가 생기는 일은 눈꼽만큼도 없으니 내 알바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저이긴 하지만.. 확실히 저런 가치있고 역사 깊은 국보가 한사람의 방화로 인해 그냥 타버려서 볼품없어지니깐 참 허무합니다.
Commented by Zikk at 2008/02/12 21:01
ultrafunk님 / 아...그 현장을 보셨군요. 저도 뉴스로 봤을 때는 금방 꺼질 줄만 알았습니다. 전 회사 위치상 매일 보게 될 것 같은데, 볼때마다 참...기분이 그렇습니다.

류사부님 / 뉴스기사로 소식을 들었을 떄와 실제 현장을 봤을 때는 또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숭례문의 무너진 누각처럼 제 마음도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8/02/12 23:18
확실히 직접 보면 확 와닿겠네요. 하아.
(서울역 근처에서 일하시는구만요, 음. ㅎ)
Commented by Zikk at 2008/02/13 22:21
히치하이커님 / 직접봐서 좋을 건 없습니다. 가슴만 더 아퍼요. 어제 뉴스에서 불탄 누각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자꾸 보여주는데, 정말 볼때마다 기분이 참...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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