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6년 5월 17일 영국 멘체스터 프리 트레이드 홀, 딜런과 그의 밴드가 무대에서 <Like A Rolling Stone>을 연주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때에 관객 한명이 "유다! (Judas!)"라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 전통적인 포크음악을 배신하고 포크에 일렉트릭 사운드를 도입한 딜런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이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딜런의 새로운 시도를 곱게 보지 않았고 "유다!"를 외친 사람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그럴꺼면 왜 공연보러 온거지...-_-;)
이에 딜런은 관중석을 향해 차분하고 냉정하게 응수한다. "난 당신을 믿지않아.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I don't believe you. You're a liar.)" 그리고 그의 밴드를 향해 이렇게 소리친다. "졸라 시끄럽게 연주해! (Play it fuckin' loud!)" 곧바로 <Like A Rolling Stone>의 힘찬 전주가 시작되는데 마치 앞서의 정황 때문인지, 이 전주는 어느 때 보다 힘차게 들린다. 그 소리는 마치 미지의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힘찬 발걸음처럼 느껴진다.
이 전설적인 공연 영상을 직접보게 된 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밥 딜런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을 통해서 였다. 이번 딜런 내한공연 확정소식과 함께 딜런의 앨범 몇 장을 내 씨디장에 추가했는데, 그 중엔 위의 다큐멘터리의 사운드트렉이자 밥딜런 부틀렉 시리즈 Vol.7 인 《No Direction Home : The Soundtrack》도 있었다. 이 미발표 음원 수록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은 앞서 이야기한 프리 트레이드 홀에서의 전설적인 <Like A Rolling Stone> 공연 음원이다. 노래 시작전에 관중석의 외침과 그에 대한 딜런의 응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Bob Dylan - Like A Rolling Stone
(Recorded at the Free Trade Hall in Manchester on May 17, 1966)
야유로 시작한 공연이었지만, 마지막엔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그리고 딜런의 Thank You로 마무리 된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을 쉽게 허물어 뜨리지 못하고, 익숙한 생활 패턴이 변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다. 굳이 타성에 젖고 자신의 기득권의 보존하려는데 급급한 사람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상 속의 우리는 기본적으론 보수적이다. 딜런이 《Bring It All Back Home》을 시작으로 포크에 일렉트릭 사운드를 도입했던 때,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람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틀렸고, 딜런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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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부동산에서 집을 보기 위해 사람이 찾아왔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고 이야기 하자면 집의 금전 사정이 좋지 않아서 결국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기 위해 내놓았다. 요즘은 집 팔기가 쉽지 않지만 어찌하여 팔리게 된다면 그 돈으로 빚을 갚고 어디 적당한 전세집으로 들어가게 될 것 같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근심어린 부모님 얼굴도 많이 봐 왔건만 그 일을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했었는데, 주말에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온 손님을 보고 나니 그것이 진정 현실처럼 느껴졌다. 마음이 심란해 졌다.
머리 속에 여러 걱정거리가 스쳐지나 갔고, 정든 보금자리를 조만간 떠나게 된다는 안타까움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런 심란함 와중에서도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다. 집을 팔고 전세를 가던 어디로 가던간에 이런 상황에서 팔 집이 있다는 것도 다행인 노릇이고, 다 어떻게던 살아갈 길이 있기 마련이다. 마음이 심란한 것은 단지 안정적이었던 삶의 기반이 흔들림에서 오는 두려움과 가지고 있던 재산을 잃어버린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미래의 노후에 대한 걱정 또한 더해지리라. 실상 일이 닥치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고, 일이 모두 지나가 버리기 전에는 모르는 일인데 사람은 본능적인 보수성 때문에 마음에 짐을 얻는다. 분명 우리 집으로서는 절대 좋은 일이 아니고, 마냥 쉽게 넘길만한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걱정에만 사로잡혀 어두운 낮빛으로는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삶은 어떻게든 흘러가기 마련이다. 부모님께 이런 이야기를 드리니 조금 마음이 풀리는 것 처럼 보였다. 다만 자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하셔서 그런 걱정을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비록 우리 집으로선 심란한 시기라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세상에는 우리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어렵고 힘겹게 삶의 투쟁을 해 나가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사람의 마음이 약해지면 자신보다 풍족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하게 되고, 사람의 마음이 강해지면 자신보다 힘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현재의 삶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팔 집이라도 있는게 어디고, 꾸준히 수입이 들어오는 자식이 있는게 어딘가. 나 역시 익숙해진 삶의 변화가 무척이나 걱정되고, 또한 나보다 풍족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는 평범하고 때로는 나약한 영혼을 가진 하나의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항상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신 앞에 놓인 상황이 사람을 지배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상황을 지배할 수 있는 것 역시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참된 포크는 이래야만 해 하면서 자신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멋진 신세계를 놓친 1966년의 사람들과 같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마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인생을 살면서 때로는 힘든 시기가 있기 마련이고, 또 그러는 와중에서도 즐거움(이를테면 무려 밥 딜런이 한국에 온다 하지 않는가)을 찾는건 사람하기 나름이다.



지난해 말 플레이밍 립스는 핑크 플로이드의 <Dark Side Of The Moon>을 커버한 디지털 앨범 커버에 귀여운 아기가 눈에서 가시광선 스펙트럼을 - 마치 달의 뒷면의 앨범커버를 연상케 하는 - 발사하는 우스꽝스런 이미지를 삽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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