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지하보도 철거를 바라보며

2009년 여름, 홍대에서

ys누나의 블로그를 통해 서교지하보도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융통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졸속행정이다. 그다지 좋았던 시절은 없지만, 그나마 좋았던 것 까지도 사그라니 무너뜨리려고 하는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2009년 가을, 사라져 버린 피맛골에서

올 가을에는 피맛골이 사라졌다. 아마도 새로운 '피맛골'에서는 옛 '피맛골'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취를 느낄 수 없을 것이고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저그런 건물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피맛골에서 생업을 이어나가던 사람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온다고 해도 그 가게의 맛은 피맛골의 맛이 아닐 것 같다.

이 땅에서 재개발이란 이름하에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지만, 사라진 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것들의 모습은 그다지 아름답지도 못할 뿐더러 허우대만 멀쩡한 경우가 많다. 그저 깔끔하고 깨끗해진게 전부다. 많은 것들이 보이는 것 위주로만 흘러간다. 물론 그 보이는 것 자체도 딱히 멋지지는 않다. 청계천의 모습이야 말로 그 대표적인 예이고, 청계천 상점들의 이주 목적으로 지은 장지동의 가든 파이브가 파리만 날리는 꼴이 된 건 청계천 사업의 바보스러움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당연한 귀결이다. 자리만 만들어 준다고 사람이 모이나? 서울역사의 경우는 또 어떤지. 세상에 이게 한 나라 수도의 역사인지 쇼핑몰인지 구분이 안간다.

2008년 여름, 테크노마트에서 바라본 한강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에는 철학이 담겨있지 않고 미학적인 센스는 더더욱 없다. 한강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고층 아파트들의 추한 몰골이야 말로 "여기는 교양없는 국가입니다"라는 걸 가장 효과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한강은 특정한 누군가를 위하여 흐르고 있다. 우리의 한강이 아닌 그들의 한강이다. 그들 눈에 비치는 한강풍경은 멋질지 몰라도,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그다지 즐겁지가 않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기름져야 문화란 것이 뿌리 내릴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도시계획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너무나 소흘하다. 세심히 계획하고 생각하기에 앞서 일단 땅부터 파고 보자는 분이 꼭대기에 있는 나라에선 인간적인 삶의 터전을 만드는게 더욱 힘들지 않을까... 문화의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면에서부터 부실하기 그지없는 나라에서 한류니 뭐니 하고 떠들고 있는 걸 보면 헛웃음 밖에 안나온다.

by 지기 | 2009/11/19 01:56 | #2 정원 : 맘껏 뛰노는 정원 | 트랙백 | 덧글(10)

영광의 자갈치머리


야근 중 하고 있는데 메신저로 쪽지가 하나 왔다. 아는 동생이 버브의 'Lucky Man' 뮤비 보다가 내 생각나서 보낸다면서 뮤비를 링크 시켜준 것.

버브랑 나랑 도대체 뭔 상관인가 하고 봤는데, 럭키맨 뮤비에서 리차드형 머리결이 나랑 닮았다. ㅋㅋㅋ 저기 캡쳐한 영상에 보이듯 뒷머리가 옆으로 삐쭉 튀어나오는게 닮았다. 나는 저런 내 뒷머리를 일명 자갈치 머리라고 부른다. 사람얼굴이 문어 몸이고 삐친 머리가 문어 다리라고 생각하면 영락없는 자갈치 모양이다. 머리가 더 자라면 저 머리 꼬임이 더 심화되어 산양뿔처럼 변한다는... 나는 그걸 머리 자를 때가 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암튼 리차드형이랑 감히 비교대상되서 모님께서는 어이없다 생각할 지는 몰라도 나로선 엄청난 광영이 아닐 수 없다. 선그라스로 눈을 가려진데다가 광대뼈 나오고 뽈따구랑 턱쭈가리 말라서 그런지 나랑 전체적인 이미지도 나름 비슷해 보인다. (아니면 말구요...)

생각난 김에 리차드형 다른 사진들 구글에서 찾아보며 다른 머리스타일 때도 비슷한 이미지일지 찾아봤다. 음...당근 하나도 안닮았다. 역시 눈을 가려야 된다. 대신 머리를 좀 기르면 대충 저런 모양새가 되겠거니 하고 나름 예상해 볼 수는 있었다. 사진들 보니 머리를 기르고 싶어지는데 직장에 매인 몸이다 보니 그러지는 못해서 안타깝다.

일 안하고 이러고 있는 걸 보니 퇴근할 때가 다 됬나보다. 퇴근길엔 버브나 들어야겠다~

by 지기 | 2009/11/18 20:47 | #2 정원 : 맘껏 뛰노는 정원 | 트랙백 | 덧글(12)

오덕인증


메가박스에서 하는 에반게리온-파 프리미엄 시사회 결국 예매... 며칠전 예매시작했다가 메가박스 서버 문젠가 뭐시긴가 해서 오늘 1시즈음에 다시 예매가 재개된 것인데, 역시 예상대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티켓이 동났다. 점심먹고 이거 예매할려고 컴앞대기. 좌석 하나를 선택하여 클릭했는데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하고 메시지 뜨는걸 보고...나와 1초 정도 간격으로 미리 마우스클릭한 한 오덕분과 아름다운 교감을 느꼈다. 응?

사실 뭐 며칠 일찍 본다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것도 아니고, 그 며칠사이에 서드 임펙트가 일어나서 지구가 멸망할 것도 아니고, 또 뭔놈의 이유때문에 프리미엄이 붙고 티켓 가격이 무려 만육천원지도 모르겠지만...수개월 동안 너무나 궁금해하며 기다리던 작품이라 조금이라도 빨리 구경하고 싶었다. 올 여름 일본여행을 갔을때 뭔 말 하는지 모르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극장가서 그림이라도 구경하고 싶었던 마음 꾹 참았었는데 아무튼 드디어 보게 됬다. 아무튼 이로서 나는 완전한 오덕임이 입증된 듯...아아...

하지만,

사실은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거 아니라능. 친구가 먼저 꼬드겨서 가는 것이라능. 친구가 오덕이고 나는 오덕이 아니라능.

by 지기 | 2009/11/18 19:14 | #2 정원 : 맘껏 뛰노는 정원 | 트랙백 | 덧글(10)

야근 중 반가운 소식

회사 공지사항을 보니 2009년 종무일은 12월 29일. 이 말인즉슨 30일이랑 31일은 휴무일이란다~ 야호~

그럼 올 연말의 빨간날은 토요일 포함해서

(12월) 25, 26, 27, 28, 29, 30, 31 (1월) 1, 2, 3

이렇게 된다.

이틀만 휴가쓰면 10일간의 휴가도 가능한 스케줄. 여행가기엔 대박찬스!

하지만 이건 안될꺼야. 기껏 카드사의 족쇄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참인데, 여행가면 또 노예신세 될꺼야.

by 지기 | 2009/11/17 19:26 | #2 정원 : 맘껏 뛰노는 정원 | 트랙백 | 덧글(16)

Elvis Costello - The Juliet Letters

엘비스 코스텔로와 브로드스키 현악4중주단이 함께한 팝도 아니고 클래식도 아닌 음악을 담고 있는 앨범으로, 이것은 그의 경력에 있어 가장 특이한 결과물로 기억될 만하다. 동안 귀에 잘 들어오지 않던 앨범이었는데, 방정리를 말끔히 해놓고 정갈한 분위기에서 볼륨을 높여 들으니, 오늘에야 비로소 이 앨범에 애착이 생기는 듯 하다. 노래를 그리 잘 부르지는 않지만 사람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깊은 호소력은 역시 최고다. 그동안 애착 못느끼던 음반이 이렇게 귀에 착 달라붙는 순간에 정말 음반을 사모으는 보람을 느낀다. 아마 엠피삼이었으다면 이렇게 다시 찾아 듣지도 않았을 것 같다. 오늘도 야근, 내일도 야근, 이번주는 끊임없이 야근 행진을 해야할 듯 한데 음악과 함께하는 한밤의 여유롭고 평온한 휴식시간덕에 다시금 몸을 일으켜 세운다.


Elvis Costello - Jacksons, Monk and Rowe

by 지기 | 2009/11/17 01:16 | - 긴 레코드 감상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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