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ray era begins (부제 : 나는 어떻게 신세계를 보게 되었는가)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어떠한 가전기기건 간에 우리집에 발을 들이게 되면 대부분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나가게 된다. 그런데 우리집 거실을 무려 14년간(거의 내 반평생)이나 듬직하게 지켜주며 영원히 살 것만 같았던 '골드스타' 휘장을 단 노장 티브이가 드디어 세상을 떳다. 이 티브이는 두어 차례 병치례를 치른 바 있다. 브라운관의 주사선이 망가져 화면이 울긋불긋하게 변하는 병에 걸려서 치료해 준게 재작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역시 세월에 의한 노화는 막을 수 없었는지 지난 주에 이 녀석이 도저히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가족들이 티브이를 거의 즐기지 않지만, 그래도 티브이 없는 거실은 상상하기 힘들다. 결국 나와 동생이 금액을 절반씩 부담해서 티브이를 한 대 마련해 드리기로 했다. 우연히도 운이 참 좋았다. 기기들의 내수판매율이 부진해서인지는 몰라도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대형 LED 티브이를 이것저것 할인받아 상대적으로 무척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거기에다 10개월 무이자까지 가능하다고 해서 비록 조금 부담스럽긴 해도 큰 맘먹고 계약을 체결했다. 또하나, 10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같이 껴서 준단다. 좋은 기회이다 싶어서 그 옵션도 선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티브이가 그저께 집에 도착했다.

평소에 티브이는 거의 거들떠 보지도 않는 나도 그 놀라운 화면 때문에 계속 티브이 앞에 붙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가전기기 매장 앞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화면인데도 확실히 그것이 집안의 소유물이 되고,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니 왠지 더 신기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마음이 들떠서 가지고 있는 레퍼런스급 DVD 타이틀들을 이것저것 돌려 보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영상기기에 목을 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DVD로는 새로운 티브이 친구가 지닌 잠재력을 알아볼 수가 없는 법! 블루레이 타이틀을 하나 빌려서 돌려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됬다.

정말로 오랜만에 DVD 대여점을 찾아갔다. 당연히 블루레이 타이틀들도 대여를 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블루레이는 이제막 대중화를 시작한 걸음마 단계의 매체라 그런지 대여점에서는 눈씻고 봐도 특유의 푸른색 케이스를 구경할 수도 없었다. 마침 친구의 생일선물로 블루레이 한 장을 사러가야할 일이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이런 생각이 미쳤다. '음...빌릴 수 없으니 맛배기로 딱 한 장만 사보자...-_-;' 한 번 호기심이 발동걸리면 잘 주체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친구꺼 사는 김에 내꺼도 덤으로 껴서 한 장을 사왔다.

첫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은 소장하고 싶은 작품으로 선택하고 싶었다. 처음엔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이번 기회에 블루레이로 업그레이드나 해볼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매장에 안보인다. 현존 최강의 블루레이 타이틀이라는 <다크 나이트>를 손에 집었다가, 이미 영화관과 DVD로 5번 정도는 본 작품이라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들었다. 결국 <트렌스포머>를 선택했다. 소장할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블루레이의 영상을 확인해 보는데는 참 안성맞춤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흥분된 마음으로 포장지를 띁었다. 흡사 중학교 시절, 테이프만 듣다가 난생 처음으로 씨디를 사서 포장지를 뜯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블루레이 디스크를 플레이어에 넣을 때도, 처음 산 씨디를 거실에 있는 플레이어에 넣을 때와 비슷한 설레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은...그저 쩌.쩌...쩌.....쩐다.........라고 할 수 밖에... 아주 그냥 놀란 토끼눈으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이건 뭐 영화가 재미있던 말던 그냥 화면 보는 재미로도 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물론 여기에 또 익숙해 지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겠지만 새로운 영상으로 인한 문화충격은 상당히 컸다. 그렇다.


나는 오늘 신세계를 보았다.



덧) 그래도 앞으로 블루레이 타이틀을 꾸준히 구매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타이틀들의 가격이 DVD에 비해 너무나 비싸다. 그리고 비록 영상이 좋으면 보기 감상하는데 엄청난 매력포인트가 되는 건 사실이지만, 음악을 들을 때 주된 감동은 음질이 아닌 선율과 리듬, 음색과 같은 것들에서 찾아오는 것 처럼 영화의 힘도 영상 자체가 아닌 영화의 구조 속에 들어있는 것이기에 화질에 너무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돈이 잴 문제라는... 기왕이면 다홍치마...-_-;;)


by 지기 | 2009/07/04 02:52 | #4 방 : 활동사진소 | 트랙백 | 덧글(5)

[이글루스 지식인] 70~80년대 일본음반 관련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이 앨범이었습니다. 운좋게 선사받은 나이아가라 트라이앵글의 앨범 때문에 70~80년대 일본팝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구하게 된 오타키 에이이치 및 핫피엔도의 환상적인 음악들은 그런 마음을 더욱 강하게 부채질 하고 있네요. 하지만 일본어도 못하는 제가 정보를 구하기엔 너무나 제약이 많습니다. ㅠㅠ 국내 웹 상에는 정보도 참 한정되어 있는 것 같구요. 그래서 일본음악을 많이 아시는 분들께 도움을 요청코자 합니다. 찾아보다가 관심가는 뮤지션들과 어딘가에서 줏어들은 앨범들을 적어 놓았는데, 해당 뮤지션들의 앨범들 중에 저 앨범들 외에 추천할 만한 것들을 알려주시면 정말 성은이 망극하겠사옵나이다. (가능하면 많이 팔려서 도쿄에 중고음반 돌아다닐 만한 것으로;;) 워낙 방대한 디스코그라피를 자랑하는 분들이 많아서 도저히 어디서 부터 손을 내밀어야 할 지 감이 잡히질 않네요. 물음표 표시를 해둔 아티스트는 어떤 앨범으로 걸음마를 시작해야 할지도 전혀 감이 안잡히는 경우랍니다. 짧은 조언이라도 한 마디라도 주시면 참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어도 못하는 주제에 저 쪽 세계에 발을 내밀려는 이 불쌍한 중생을 궁휼히 여겨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사노 모토하루佐野元春 - Someday
아라이 유미荒井由実) - ひこうき雲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郞 - For You
엔도 켄지遠藤賢司 - niyago
오타키 에이이치大滝詠一 - Niagara Moon, S/T, Niagara Triangle Vol.1, Let's Ondo Again, Niagara Calendar '78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 - ?
스즈키 시게루鈴木茂 - ?
호소노 하루오미細野晴臣 - ?
YMO - ?



by 지기 | 2009/07/03 02:05 | - 에디터의 휴게실 | 트랙백(1) | 덧글(6)

후쿠오카 원정 전리품 #3 : CDs

후쿠오카 원정가서 구해온 전리품 마지막 시리즈. 음반들~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는 도합 12장의 음반을 집어왔다.

1. 曽我部恵一(소카베 케이이치) -  曽我部恵一 (중고)
2. 曽我部恵一(소카베 케이이치) - Strawberry (중고)
3. Sunny Day Service - Sunny Day Service (중고)
4. Sunny Day Service - 24時 (중고)
5. Sunny Day Service - Love (중고)
6. はっぴいえんど (핫피엔도) - はっぴいえんど (중고)
7. はっぴいえんど (핫피엔도) - 風街ろまん(신품)
8. 大滝詠一 (오타키 에이이치) - A LONG VACATION (중고)
9. SUGAR BABE - SONGS (중고)
10. Mr.Children - B-SIDE (중고)
11. Bauhaus - In The Flat Field (중고)
12. Grizzly Bear - Veckatimest (신품)

이번에 집어온 핫피엔도 및 오타키 에이이치 시리즈~ 핫피엔도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과 <카제마치 로망> 그리고 오타키 에이이치의 공전의 빅히트 앨범 <대빵 긴 휴가>(나도 쫌~ㅠㅠ) 마지막으로 오타키 에이이치가 프로듀싱을 맡고 야마시타 타츠로와 작업한 전설적인 슈가 베이브의 앨범. 핫피엔도의 데뷔작은 아직 많이 못들어본 관계로 제외하면 나머지 세 장의 앨범들을 정말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좋다. 요즘은 출근길에는 <카제마치 로망>을 퇴근길에는 <긴 휴가>를 거의 고정해 놓고 듣고 있다. 슈가 베이브 들으면서 포스팅 하는 중. <카제마치 로망>을 제외하곤 모두 중고로 구했다. <카제마치 로망>은 비싼 값 주고 사긴 했지만 대신 올해 발매된 'HiQuality CD'(아마 SHM CD 처럼 좀 더 나은 음질을 제공하는 형태의 음반인 듯하다.) 포멧이다. 이 앨범은 이 정도 투자할 가치는 정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좋은 앨범들을 진열대에서 제대로 찾지도 못하는 나를 위해 수고해 주신 석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석원님께 빚진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소카베 케이이치 시리즈~ 이번 원정을 계기로 데뷔앨범을 제외한 서니 데이 서비스의 모든 정규 디스코그라피를 채웠다. 소카베상의 솔로 앨범들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셀프타이틀은 정말 아름답다. <Strawberry> 앨범은 아직 열심히 못듣고 있다. 후쿠오카의 타워레코드 매장에 가니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의 새 앨범 부스가 마련되어 있길래, 새 앨범도 큰 맘먹고 신품으로 집어오려다가 겨우 참았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이번에 구해온 앨범의 대부분은 오타키 에이이치와 소카베 케이이치 관련 음반이다. 그 음반들 외에 나머지 것들은 달랑 3장. 미스트 칠드런의 <B-SIDE> 앨범은 두번째 디스크에 너무나 좋아하는 노래인 '쿠루미'가 수록되어 있어 꼭 손에 넣고 싶었던 앨범이다. 예전에 서울역 북오프에서 한 번 본적이 있었는데, 다른 앨범을 사느라 다음 기회에 사야겠다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는데, 며칠뒤 마음이 바꿔어 다시 북오프를 찾아가니 음반은 이미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사라지고 없었다.

영미권 음악은 일부러 거의 사지 않았다. 좋은 중고 앨범들이 수두룩 했지만, 일본에 온 만큼 영미권 음악에 비해 구하기 힘든 일본판들에 비중을 두고 싶었다. LP미니어쳐 앨범들 중에 사고 싶은 것들이 여럿 있었지만, 일단 LP미니어쳐는 중고판이라고 해도 사격이 상당해서 그냥 못본척 하기로 했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영미권 음반은 딱 2장만 사게되었다. Bauhaus의 앨범은 국내에서 구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여행 마지막날 북오프에서 구할 수 있었다. 이웃 블로거님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Grizzly Bear의 앨범은 신품으로 구했다. 이 앨범은 빨리 들어보고 싶어서 신품으로 구해오기로 작정하고 일본에 갔었다. 아마존에서 사는 것 보다 비싼 값을 주고 샀긴 했지만, 대신에 일본반에는 일본팬을 위한 보너스 트랙이 한 곡 더 수록되어 있다. 진짜 캐 부러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후아앙.

솔직히 <카제마치 로망>, 슈가 베이브의 <SONGS> 그리고 <A LONG VACATION>으로 이어지는 캐명반 3단 콤보가 작렬하다보니 다른 음반들을 열심히 못듣고 있다. 다음달까지는 이제 씨디 절대 안산다. ㅎㅎ


by 지기 | 2009/07/03 01:17 | - 콜렉숀 보관소 | 트랙백 | 덧글(19)

후쿠오카 원정 전리품 #2 : Music-Books

후쿠오카 원정가서 구해온 전리품 시리즈 2탄. 책들~

일본어도 못읽으면서 욕심은 있어가지고 책들도 몇권 업어왔다. 사실 이 책들을 구하게 된데는 동행한 석원 형님의 은혜가 크다. 나 혼자 갔으면 서가에 꽂힌 저 책들을 주목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레코드 자켓 정키!>, 페퍼상사 앨범커버를 패러디한 책 표지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이 책은 각종 앨범 커버들의 패러디 작품들을 총집합시켜 놓은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표지만 페퍼상사를 패러디 한 것이 아니라 책 뒷면과 속지까지 페퍼상사 앨범의 아트웍을 그대로 데려왔다.

덤으로 엽서도 들어있는데 재미있게도 페퍼상사의 오리지널 앨범에 동봉되어 있던 카드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해 놓았다. 책을 보다보면 정말 재미있는 구석들이 너무 많은데 이것들을 하나하나 포스팅으로는 공개할 수 없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책표지에 걸맞게 역시 맨 먼저 다루고 있는 패러디 커버들은 페퍼상사의 패러디 작들이다. 페퍼상사 패러디 커버만 거의 30여종 가량 담겨있다. 이런 재미있는 책이 출간되는 사실도 놀랍고, 이런 책을 쓸 발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랍다.

일본어를 읽을 수 있다면 훨씬 좋겠지만 그냥 그림만 봐도 재미있는 책이다. 패러디 대상이 되는 원본 커버들은 보통 강한 파급력을 지닌 앨범들이기에 대부분 낮이 익어 더 그렇다. 앨범 커버에 관심 많은 사람에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두번째 책은 브라질 뮤직 레코드 가이드북이다. 브라질 뮤직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비록 글은 못읽어도 일단 앨범들의 커버가 모두 담겨있고, 앨범명과 아티스트 이름 정도는 영어로도 쓰여져 있기 때문에 나중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듯 하여 구매했다. 이런 책들을 보고 있자니 그림책의 그림만 드립다 보고 있는 글씨 못읽는 얼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_-;

이번 책 쇼핑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이 <레코스케군~>  레코드 콜렉터를 위한 월간지 '레코드 콜렉터스'에 연재되었던 만화를 전 분량을 모아놓은 단행본이다. 만화 내용이 레코드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그것을 반영이라도 하듯 책 디자인 부터가 참 기발하고 재미있다.

음반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위의 사진을 보고 분명 뭔가 연상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딜럭스 에디션으로 리이슈되는 앨범에 사용되는 얇은 아크릴 커버를 패러디하여 책에도 똑같이 적용해 놓은 것이다. 이야기 듣기로 이 책은 이전 판형에 미수록된 내용들을 좀 더 첨부하여 재출간된 것인데, 그래서 이름하여 'COMPLETE EDITION' 이다. 책의 성격과 너무나 적절히 궁합 맞는 디자인이다.

책의 뒷부분은 더욱 뻔뻔하게 진짜 딜럭스 에디션 음반인 척을 하고 있다. 책의 목차를 마치 앨범 트랙리스트인 것처럼 적어놨다. 책 끄트머리에는 <레코스케군~>의 초기작들이 보너스로 담겨있는데, 저 트랙 리스트인척 하는 책 목차에는 그 부분을 마치 딜럭스 에디션의 보너스 트랙을 연상시키는 [First Take], [Alternative Take]와 같은 표현을 사용해 적어 놓았다. 이쯤되면 가히 천의무봉의 센스~

앞의 두 책은 그림만 봐도 대충 쓸모가 있지만, <레코스케군~>은 사실 내용을 읽지 못하면 아무짝에 소용이 없는 책이다. 책도 탐나긴 했지만, 앞으로 일본어 공부에 대한 자극제로도 쓸 겸해서 큰 맘먹고 데려왔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명랑한 음악 덕후 생활을 위해서는 일본어 공부는 거의 필수라는 생각을 하게됬다. 회사에도 방학 있으면 좋겠다. ㅠㅠ 한 2달정도 속세와 떨어진 곳에 처박혀서 음악듣고 책읽고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by 지기 | 2009/07/02 01:33 | - 콜렉숀 보관소 | 트랙백 | 덧글(17)

David Gilmour - Live In Gdansk : Rick Wright가 남긴 마지막 연주와 함께

시간은 흐른다. 한 시절의 풍미했던 나의 영웅들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간다.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의 라이브 앨범은 <Live In Gdansk>는 작년에 우리의 곁을 떠난 릭 라이트Rick Wright의 연주를 들을수 있는 마지막 앨범이다. 마이클 잭슨이 그렇게 떠나버린 지난 주말에는 잭슨의 음악만을 계속해서 들었다. 사랑하는 뮤지션이 안타깝게 떠나버린 것에 의한 영향 때문인지 오늘은 불현듯 릭 라이트 생각이 났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이 앨범을 틀었다. 길모어의 곡들 외에도 핑크 플로이드의 곡들이 상당수 배치되어 있어 정이 가는 실황 앨범이다. 릭 라이트가 공식 음반으로는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Shine on you crazy diamond', 'Astronomy domine', 'Echoes'와 같은 명곡들을 들으며 감동에 빠져본다. 길모어의 이름으로 발매된 실황 앨범이고 그에 걸맞게 길모어의 기타연주가 돌출되어 연주되고 있지만, 내게 있어서 오늘 이 앨범의 주인공은 릭 라이트이다. 언젠간 길모어도 우리의 곁을 떠날 것이고, 또 언젠간 폴 매카트니도 우리의 곁을 떠날 것이고, 또 언젠간 앵거스 영도 우리의 곁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소중한 선물들은 세대를 거듭하며 지상 위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감동에 목매이게 할 것이다. 나 역시 세월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지는 그 날까지 그것들과 함께 하련다.


by 지기 | 2009/06/30 00:43 | - 긴 레코드 감상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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