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9일
서교지하보도 철거를 바라보며

2009년 여름, 홍대에서
ys누나의 블로그를 통해 서교지하보도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융통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졸속행정이다. 그다지 좋았던 시절은 없지만, 그나마 좋았던 것 까지도 사그라니 무너뜨리려고 하는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2009년 가을, 사라져 버린 피맛골에서
올 가을에는 피맛골이 사라졌다. 아마도 새로운 '피맛골'에서는 옛 '피맛골'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취를 느낄 수 없을 것이고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저그런 건물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피맛골에서 생업을 이어나가던 사람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온다고 해도 그 가게의 맛은 피맛골의 맛이 아닐 것 같다.
이 땅에서 재개발이란 이름하에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지만, 사라진 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것들의 모습은 그다지 아름답지도 못할 뿐더러 허우대만 멀쩡한 경우가 많다. 그저 깔끔하고 깨끗해진게 전부다. 많은 것들이 보이는 것 위주로만 흘러간다. 물론 그 보이는 것 자체도 딱히 멋지지는 않다. 청계천의 모습이야 말로 그 대표적인 예이고, 청계천 상점들의 이주 목적으로 지은 장지동의 가든 파이브가 파리만 날리는 꼴이 된 건 청계천 사업의 바보스러움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당연한 귀결이다. 자리만 만들어 준다고 사람이 모이나? 서울역사의 경우는 또 어떤지. 세상에 이게 한 나라 수도의 역사인지 쇼핑몰인지 구분이 안간다.

2008년 여름, 테크노마트에서 바라본 한강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에는 철학이 담겨있지 않고 미학적인 센스는 더더욱 없다. 한강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고층 아파트들의 추한 몰골이야 말로 "여기는 교양없는 국가입니다"라는 걸 가장 효과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한강은 특정한 누군가를 위하여 흐르고 있다. 우리의 한강이 아닌 그들의 한강이다. 그들 눈에 비치는 한강풍경은 멋질지 몰라도,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그다지 즐겁지가 않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기름져야 문화란 것이 뿌리 내릴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도시계획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너무나 소흘하다. 세심히 계획하고 생각하기에 앞서 일단 땅부터 파고 보자는 분이 꼭대기에 있는 나라에선 인간적인 삶의 터전을 만드는게 더욱 힘들지 않을까... 문화의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면에서부터 부실하기 그지없는 나라에서 한류니 뭐니 하고 떠들고 있는 걸 보면 헛웃음 밖에 안나온다.
# by | 2009/11/19 01:56 | #2 정원 : 맘껏 뛰노는 정원 | 트랙백 | 덧글(10)


















